에라스카(Company Name: ERASCA INC, Ticker: ERAS)가 1월 9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16.18% 급등한 6.76달러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716만주를 넘기며 평소 대비 크게 불었고, 시가총액은 하루 새 약 3억7,000만달러(약 5,200억원) 늘어난 13억7,000만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희귀 암 표적 경로인 RAS/MAPK에 집중한 임상 파이프라인에 더해, 최근 확충한 대규모 자본 조달 능력이 재평가의 ‘불씨’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주가 폭등의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부터 준비해온 공격적인 자본 조달 구조가 있다. 에라스카는 2025년 8월 최대 5억달러(약 7,000억원)까지 주식·채권·워런트 등을 수시로 발행할 수 있는 대형 셸프 등록을 완료했고, 이 안에 증권사 제프리스를 통해 최대 2억달러(약 2,800억원)어치 보통주를 장내에서 탄력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ATM(At-the-market)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 전통적인 단발성 유상증자 대신, 주가 상황을 보면서 ‘조각조각’ 증자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투자자들이 이번 구조를 긍정적으로 본 이유는, 임상 단계 항암제 기업의 ‘숙명’인 대규모 R&D 비용을 대비하면서도 자금 조달의 타이밍 선택권을 넓혔기 때문이다. 에라스카는 naporafenib, ERAS-0015, ERAS-4001 등 세 개의 임상 파이프라인과 추가 탐색 프로그램(ERAS-12)을 RAS/MAPK 축에 집중 배치하고 있는데, 임상 진전 속도에 맞춰 유연하게 자본을 시장에서 끌어올 수 있다는 신호는 단기적인 희석 우려를 상쇄하고 “장기 완주 능력”에 대한 신뢰를 키웠다.
또 다른 포인트는 이 같은 ‘실탄 확보’ 전략이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끌어낸 정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순 이후 제출된 13G 보고서에서 복수의 헤지펀드가 에라스카 지분 4~5% 안팎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회사가 성장 자본을 꾸준히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 아래 장기적 파이프라인 가치를 베팅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ATM 발행 가능성이 상존해 주당 희석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주가가 저점에서 두 배 이상 뛴 뒤에도 여전히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가의 절반 수준이라는 평가가 맞물리며 ‘후행 re-rating’ 기대가 매수세를 부추긴 모습이다.
결국 1월 9일 에라스카의 16% 급등은 단일 이벤트라기보다, RAS/MAPK 파이프라인과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기 위한 5억달러 규모의 재무 ‘플랫폼’이 서서히 시장에 가격으로 반영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파이프라인 데이터의 추가 업데이트가 뒤따를 경우, 확보된 자본 조달 능력이 곧바로 상업화·임상 확장 속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임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미 마련된 ATM과 셸프 등록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희석 통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랠리가 던지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