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AI 다 노린 한 방? 미 공화당 앨런 의원이 산 두 종목
미 하원의 리처드 웨인 ‘릭’ 앨런 의원(공화·조지아 12선거구)이 5월 8일 미국 신용카드·결제 대기업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Company: AXP)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타이완 반도체 제조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 주식을 각각 1,001~1만5,000달러(약 130만~2,000만 원)어치 매수한 것으로 6월 16일 공시됐다. 두 종목을 합치면 최대 약 3만 달러(약 4,000만 원)에 이르는 개인 투자인데, 노동·연금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Company: AXP)는 프리미엄 카드 회원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결제·금융사로, 3월 이사회가 분기 배당을 주당 0.82달러에서 0.95달러로 16% 인상해 5월 8일 지급했다. 주가는 5월 초 310달러 안팎에서 움직인 뒤 6월 중순에는 320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되는 등, 작년 고점(380달러대)보다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벌이고 있다. 카드 연체료 상한 규제 논의 등으로 연초 이후 변동성이 컸지만, 실적은 2025년 이후 두 자릿수 매출·이익 성장과 배당 확대가 이어지며 견조하다는 평가다. 노동·연금 관련 상임위(교육·노동·연금위원회 산하 ‘건강·고용·노동·연금’ 소위원회 위원장)를 맡아 기업 퇴직연금·근로자 복지 규제 틀을 다듬는 앨런 의원이 소비·신용 사이클에 민감한 대형 금융주를 보유한 것은, 그가 다루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금융사 수익 구조와 자산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이완 반도체 제조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는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최첨단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올 들어 인공지능 서버용 고성능 칩 수요 급증에 힘입어 1분기 매출과 이익이 30% 안팎 성장세를 보였다. TSM 주가는 앨런 의원의 매수일인 5월 8일 약 414달러에 거래됐고, 이달 중순에는 420달러 안팎까지 올라 52주 고점 구간을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중국의 대만 침공 리스크,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미·유럽 내 현지 공장 건설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함께 상시적인 변동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도체 보조금과 대중 수출 통제, 공급망 리쇼어링 예산 등은 하원 전체 표결을 거치는 만큼, 관련 법안에 표를 던지는 의원이 동시에 AI 반도체 핵심 공급사의 주주라는 점은 규제·지원 정책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앨런 의원은 과거에도 주식·펀드 등 136건, 최대 856만 달러(약 120억 원) 규모의 금융 거래를 최대 6년 반까지 지연 신고했다는 폭로로 비판을 받았고, 의회 내 ‘의원 개별 주식 거래 전면 금지법(ETHICS Act)’ 추진 여론을 자극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거래 자체는 거래일(5월 8일)로부터 45일 이내 신고 요건은 지킨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투명성 논란을 겪은 의원이 고성장 AI 반도체주와 대형 금융주에 나란히 베팅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정책 정보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여론 리스크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